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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 탐방(61)

한미 미식축구 연맹전

한때 우리에게 아주 색다른 대회가 있었다. 많은 선수들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하지만 또한 일부 선수들은 어려운 시절이라 기억하기도 싫은 대회였다고도 한다.
1981년과 1982년 두해에 걸쳐 가을에 거행되었는데 공식 대회명은 "한미 미식축구 연맹전"이었다. 1981년에는 서울의 성균관, 한양대, 서울대와 연세대 등 4개 대학과 미 8군의 고교팀인 용산에 젯츠와 이글즈 그리고 대구의 스파르탄 등 총 7개 팀이 홈앤어웨이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다음해인 1982년에는 규모가 축소되어 초청경기 형식으로 열렸다.

한미 연맹전 스케쥴 1981년 9월 20일 일간스포츠 보도 기사/김상엽 고려대 OB 제공

첫 경기는 한양대가 용산 이글즈를 격파
첫해인 1981년에는 의욕이 컷다. 주말 경기 형식으로 10월 31일까지 열리는 대장정으로 계획되었다. 경기 장소는 용산 미8군 영내에 있는 롬바르디필드, 대구의 캠프 핸리 구장 그리고 한강 고수부지 등으로 돌아다니며 경기를 하게 되어있었다. 또한 스케쥴은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당시의 우리나라 대학 팀 사정으로는 좀 무리가 가는 스케줄이었다.
경기는 10월 19일 킥오프되었고 첫날은 한양대가 서울 용산에 있는 이글즈를 19-15로 격파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그 후부터의 나머지 경기는 한국 대학 팀들은 모두 미국 고교팀들에게 고배를 마셨다.
"서울대는 젯츠 팀에게는 0-56으로 이글즈에도 50점 이상으로 패배를 하였다"고 당시 서울대 주장이던 김윤정 OB는 회고했다. 또한 서울대는 다음 경기인 대구의 스파르탄과는 대구 방문 비용과 경기 수준의 차이로 기권을 했다고한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양대도 첫 경기에서는 승리를 했지만 젯츠팀에게는 대패를 하였다"고 장사언 OB는 말하고 있다.

한미연맹전 한양대와 이글즈의 경기 81년 9월 20일 일간스포츠 보도

엄청난 실력 차이에 놀란 한국 대학팀들.
비록 고교팀이었지만 한마디로 한국 팀들에게는 좋은 가르침을 받은 대회였다.
대회 우승은 용산의 젯츠팀이었다고 당시 참가했던 주장들은 말을 한다.

젯츠팀은 패스와 옵션은 물론이고 짧은 패스를 받은 리시버를 한국선수들의 택클이 들어가면 뒤따르는 다른 러닝백에게 핏치를 하는 등 당시에는 우리가 보기어려운 플레이를 했다고 말하고있다.
먼 훗날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일본 팀과 경기서도 알려졌던 사실이지만 당시 우리 대학 팀들은 올바른 수비에 대한 개념이 없어 미국 고교팀에게도 한번 허점이 들어나면 계속 당하는 처지였다.

1982년 성균관대(#11권남건 #12 계형산)와 용산 울버린의 코인토스/주원복선생님 유품

주원복 선생님의 미식축구 열정

"1981년 8월 말 주선생님이 서울의 5개 대학팀 주장들인 한양대 장사언, 서울대 김윤정, 고려대 양승동, 성균관 안병구 등을 자택이 있는 돈암동 어느 다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이 대회의 취지 및 일정을 말씀하셨고 대부분의 주장들은 호기심 반 그리고 기대 반으로 동의를 했다"고 김윤정 서울대 주장은 말한다. 그리나 기대에 들떠 있었던 다른 대학 주장들에게 한양대 주장 장사언은 "상당한 실력을 가졌으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대부분은 "고등학생들이 잘하면 얼마나 잘해" 하며 건성으로 들었던 것 같다고 한다.
한양대는 이전 해인 1980년에 용산 이글즈에 이미 한번의 경기를 가졌었는데 0-62로 대패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협회는 새로운 회장과 이전의 회장 직무대리와의 갈등으로 81년 춘계는 고려대 OB회에서 주관을 하였고 가을이 되어도 어는 누구도 추계를 준비하고 있지 않고있어 주선생님의 새로운 제안으로 돌파구를 열었다"고 김윤정 서울대 OB는 말하고 있다.

한양대와 이글즈의 경기 1981년 9월 19일 용산 롬바르드 필드

많은 교훈과 문제점을 보여주었던 한국 대학생팀
대회는 82년에도 계속되었지만 제대로 진행이되지 않았고 미국 팀들이 필요한 한국 대학팀을 불러 경기를 했었다고한다.
물론 협회에서도 82년 경기 스케줄을 만들었지만 미 8군에서도 대학팀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를 않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83년 가을에 대구의 캠프워커의 스파르탄으로 부터 부산대가 초청을 받아 경기를 하였고 부산대가 12-7로 승리한 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다.

하여튼 한국대학 팀들은 한미 연맹전을 통하여 많은 교훈을 받았는데 다음은 김윤정 당시 서울대 주장의 느낀점이다.
(1) 미국처럼 주말 경기로 진행된 대회는 협회의 대회 스케줄과 겹치고, 또한 한국 대학의 중간시험과 여행 경비(대구 원정경기) 등 때문에 몇 경기 밖에 참여를 할 수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2) 경기장은 비록 미국 군사시설 내에 있었지만 멋진 스코어보드, 치어리더, 훌륭한 전용구장(롬바르디필드)과 제공되는 음료수 등은 미국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어 가슴이 뛰었다.
** 롬바르디필드는 수퍼볼 1-2회 우승감독 빈스 롬바르디를 기념하기 위한 구장이다. -필자 주-

(3) 그러나 정말 부러웠던 것은 비록 고교팀들이 었지만 시합 전에 연습하는 불록, 힛팅, 택클, 기본 스텝 등의 기본기를 코치해주는 것이었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우리의 처지가 한심했다.
(4) 한국 선수들의 마우스가드가 없는 것을 보고 미군 측에서 마우스가드를 모두 지급을 해주었는데 학교로 가지고와서 각자 뜨거운 물에 담그었다가 자기 입에 맞춘다고 한바탕 소란을 떨었었고, 처음에는 마우스가드 때문에 숨이 찾지만 차츰 익숙해 졌던 기억도 난다. 그후 마우스가드를 착용하지 않으면 5야드 벌칙을 주었다고한다.

(5) 안전에 대한 대비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앰블런스의 대기, 들것의 준비 등이 좋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의 낮은 불록과 레잇 힛(late hit), 낮게 머리로 박고 들어오는 스페아링 등은 경기 후에 심판들에 의한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이러한 사항들은 한참 후 일본 코치들을 초방한 클리닉에서 조금씩 개선되었지만 약 20년의 세월이 더 흐른 후였다.

다음은 당시 한양대 주장 장사언 OB의 느낀 점이다.

(1) 12분 계시로 하는 경기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스코어는 0-62 이면 대충 시간을 보내주면 좋았겠는데 계속 경기를 진행시켜 심판들이 야속했다고 한다.

(2) 제대로 돌아가는 스코어보드를 보면서 하는 경기는 또 하나의 놀람이었다고한다.

(3) 영관급 장교로 구성된 심판들의 경기운영은 대단한 감동이었다고한다. 특히 한양대 선수들이 대부분 턱끈이 없이 참여를 하였는데 주심은 경기를 30분 가량 중단 시킨 후에 턱끈을 가져와서 착용케 한 후에 경기를 지속하였다고한다.
그리고 이 턱끈들은 타 대학생들이 돌아가며 빌려서 착용을 했는데 당시로서는 엄청 좋아 보였다고 한다. 당시 많은 선수들은 턱끈없이 경기를 하곤 했다.

(4) 비록 미국군 영내였지만 마치 외국을 방문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한미 연맹전이 긍정적인 것도 있었던 반면에 부정적인 것도 나타났는데 망설이다가 몇자 적는다.

(1) 아직도 운동장 폭력사태가 발생했는데 몰라도 한참 모르는 짓거리였다. 모대학의 경기중 폭력 사태 이후 미8군 행사 진행요원들은 이후로 한국 학생사이의 경기는 밖에 나가서 알아서 하라고 손절을 해버렸다고한다.
(2) 시간 관념 또한 문제다. 모 대학은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18번 게이트에 늦게 도착하여 출입을 못해 다음 시합을 포기해야 했다고도 한다.

짧게 끝나버린 한미연맹전
"용두사미"라는 말이있다. 시작은 용머리 같이 크지만 끝날 때는 뱀꼬리처럼 가늘다는 말이다. 한미연맹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섰지만 워낙 많은 스코어 차이가 나니 경기를 할 기분이 나지 않는 것도 이해된다. 우리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팀으로는 국내 타이틀이 없는 대회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경기에 참가하여 미국 측의 이해를 얻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대학 팀의 선수 숫지는 15명 내외의 빠듯한 숫자로 한미연맹전, 추계대회, 동계대회 등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실력도 비등하고 우리의 처지도 좋았다면 계속해 보았겠지만 아쉽게도 2년 만에 막을 내린 이유가 이렇다.
그러나 비록 용두사미로 끝난 대회였지만 1981년 1982년에 열렸던 "한미 미식축구 연맹전"은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 대학 미식축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지나간 우리 미식축구의 한 역사다.

인용자료

일간스포츠: 1981년 9월 20일 보도기사
한양대 50년사

족보 31: 고려대학교 미식축구 31년사
원로들과 대화: 김상엽 고려대 OB/김윤정 서울대 OB/장사언 한양대 OB/주원복 미식축구원로 생전의 증언
자료제공: 김상엽 고려대OB 신문 기사/고 주원복 선생님 사진유품

역사편찬: TD News 한길 박경규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